강아지의 기억력 얼마나 될까요??

강아지들의 맥락 기억법(associative memory)은 복장, 냄새, 목소리 등을 특징을 기억하는 기억방법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한해 버려지는 반려견은 약 10만 마리가 넘습니다. 반려견산업이 발달한 프랑스, 미국에서도 매년 각각 30만 마리, 300만 마리나 버려집니다. 반려견을 돌보는데 드는 비싼 치료비, 돌봄 어려움, 가족 반대 등으로 인한 불법 유기를 하게 되는 것이죠. 반려견을 버리는 사람 상당수는 현장을 떠나며 강아지가 자신을 잊어주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기견은 주인을 잊을까요? 잊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동물행동 전문가들 연구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 1.강아지는 맥락을 기억한다

인간과 강아지는 하나의 사건을 기억하는 방식에서 서로 다릅니다.

인간은 연월일시 등 연속된 시간 흐름 속에서 하나의 사건을 기억하는데요. 이를 에피소드 기억(episodic memory)이라고 부릅니다. A라는 사건을 B, C, D 등 주변 사건과 연결하는 방식이죠. ‘제주도 여행이 참 좋았어. 그 전날이 결혼기념일이었지?’ 이와 같은 패턴입니다.

하지만 강아지들은 시간 감각이 없는 대신 냄새, 소리, 물건 등 생생한 단서를 바탕으로 사건을 떠올리는 맥락 기억(associative memory)에 의존합니다. 예컨대 ‘우리 주인은 산책할 때 목줄을 잡고 신발을 신는다’는 걸 포착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보호자가 목줄을 만지거나 신발을 신는 것만 봐도 산책을 가는 줄 알고 신이 나는 것 입니다.

 

미국 웨스턴온타리오대학 심리학 교수 윌리엄 로버츠는 2002년 미국 심리학회에 낸 저널에서 “강아지와 4살 미만의 인간 어린이는 맥락을 기억한다”고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사람도 4살 전까지는 시간의 흐름을 모르기 때문에 주변 분위기와 사물을 바탕으로 상황을 파악을 통해 기억을 한다고 합니다. 이는 강아지의 맥락 기억과 정확히 일치하죠.

# 2.우리 강아지가 지팡이를 싫어하는 이유

이러한 맥락을 기억하는 강아지들은 특정 사물에 예민합니다. 차가운 철제 책상에서 따끔한 주사를 맞아본 강아지들은 이후 책상 위에 올라가면 바싹 긴장하죠. 마찬가지로 외형, 목소리, 냄새 등을 종합해서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난폭한 사람인지 10초 안에 판단합니다.

 

과거 학대를 당한 강아지들은 비슷한 사람과 도구를 경계합니다. 예를 들어 지팡이를 든 남자나 머리가 긴 여자를 두려워하고 공격하려 한다면 그 강아지는 과거에 비슷한 사람에게 학대당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러분의 강아지가 특정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돌변하나요? 무작정 화내거나 목줄을 잡아당기는 건 좋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물을 찾아내서 다시 좋은 기억을 심어주는 게 바람직한 해법입니다.

# 3.이전 주인, 만나는 게 좋을까

“강아지가 이전 주인을 만나는 게 좋을까요?”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면 지금까지의 반려견 연구를 종합한 결과 매코넬 박사는 “몹시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이전의 연상기억이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인데요. 과거 경험은 강아지의 현재 삶을 흔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과거의 주인이 강아지를 학대했다면? 그의 방문은 반려견 정신건강에 좋지 않으며, 심지어 전 주인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강아지가 이전 주인과 애틋한 관계였다면 어떨까요? 지금의 보호자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강아지는 이전 주인과 다시 살고 싶어할 텐데, 이건 가능한 일이 아니죠.

 

결론적으로 강아지들은 이전 주인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그 기억은 흘러간 시간과 무관하게 함께했던 당시의 복장, 냄새, 목소리 등 정황으로 남습니다. 그 잔상은 현재 삶에 영향을 줄 만큼 강력합니다. 가급적 이전 보호자를 만나지 않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